안녕하세요! 서울 국제 도서전이 열리는 6월, 도서전 개최일인 26일에 맞춰 이틀 일찍 찾아온 「참깨 통신」입니다. 서울 국제 도서전은 사전 예매자만 4만 명을 넘겼을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운데요. 열린책들도 독자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알차게 부스를 준비했으니 꼭 찾아와 주세요. 그럼, 6월 호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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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바로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펼쳐지는 축제! 서울 국제 도서전을 방문할 여러분들에게 열린책들 부스에서 주목해야 할 것들을 소개한다.
하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귀환! 벌써 재밌다고 소문이 자자한 『퀸의 대각선』을 가장 먼저 만나 볼 수 있다(세트로만 구매할 수 있었던 베르베르 30주년 기념 한정판을 낱개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는 덤).
둘, 지난봄 타계한 폴 오스터를 기리며 준비한 도서전 한정판 표지.
셋, 곧 3백 권 달성을 앞둔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라인업! 올 상반기 이슈였던 모노 에디션을 포함해 다채로운 세계문학을 만나 볼 시간.
넷, 도서전 한정판 여름 나기 굿즈가 준비되어 있다. 뜨거운 열기를 식혀 줄 부채와, 튼튼하고 활용도 높은 타폴린 백을 get하고 싶다면 반드시 열린책들 부스에 방문해야 할 것!
다섯, 마치 건축 현장처럼 은빛 금속 재질을 노출시키고 눈부신 네온그린빛을 얹은, 전무후무한 부스 디자인.
여섯, 건축 현장 같은 부스에 맞춰 열린책들 직원들도 쿨한 유니폼을 입고 있을 것이다.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은 안 비밀.
일곱, 교보 sam 단말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현장에서만 제공될,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교보 sam 스페셜 1개월 이용권>! 한정 수량으로 준비되어 있으니 야무지게 챙겨 가시길.
여덟, 「참깨 통신」의 특별한 리플릿. 리플릿 속 십자말풀이의 정답을 맞추신 분들께 깜짝 선물이 있으니 기대하시라. 한쪽 면을 뜯으면 얻을 수 있는 귀여운 책갈피까지. 구독을 인증해 주시는 독자분께 드리는 『어린 왕자』 팝업 카드도 빠지지 않고 체크!
독자분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알차고 고소하게 가득 준비한 열린책들의 다양한 볼거리와 굿즈들, 2024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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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탁월한 이야기꾼 베르나르 베르베르! 올여름 그가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퀸의 대각선』은 천재적인 두 여성 전략가, 니콜과 모니카가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다.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니콜과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따르는 모니카는 정반대의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이다. 둘은 열두 살 어린 시절에 운명처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를 영혼의 숙적으로 느끼며, 팽팽하게 대립하는 신념을 바탕으로 물러설 수 없는 적이 되는 길을 걷는다. 동서 냉전부터 911 테러까지, 한 수 앞을 더 먼저 내다보려는 천재들의 짜릿한 두뇌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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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폭력적인 실체이다. 사랑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타적인 관념이다. 『히로시마 내 사랑』은 상반된 대립 쌍을 암시적으로 계속 드러낸다. 그리고 이를 <그>와 <그녀>의 충돌과 합일 속에 새겨 넣는다. 그들은 피부색도 확연히 다르다. 남자는 히로시마에서 왔으며, 여자는 느베르에서 왔다. 여자는 <전부 다 봤>다고 말하며, 남자는 <당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가장 폭력적인 실체와 가장 이타적인 관념만큼 아득하게 멀어 보이는 장소에서 온 두 몸은 이내 섞이고, 서로로 인해 충만해졌다가 다시 이별이라는 극적인 상실을 마주한다. 이러한 대립 쌍이 만들어 내는 폭발적인 감수성은 『히로시마 내 사랑』의 가장 뚜렷한 발화점이지만, 또 한 가지 주목하고 싶은 지점은 이 책이 영화와 가지는 독특한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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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늘 이런 것이다. 역사를 재구성하는 창작물들 — 실존 인물을 다루는 것이든 실제 사건을 다루는 것이든 — 이 높은 확률로 주체의 자기 인식 혹은 비판을 다룰 때,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상태에서 가능하면 부스러기까지 싹 긁어모아 심지어 반성과 참회까지도 재-재-재-성취하려는 것. 그리고 이들의 성취를 논의하느라 시끄러운 와중에, 그것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누락된 자들은 빈손으로 재-누락을, 어떨 때는 재-탈취까지도 경험하는 것.
나는 이런 문제를 주로 영상 매체에서 자주 포착한다. 『히로시마 내 사랑』을 이야기하며 카메라와 영화를 축소하는 해석을 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정말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카메라를 뺏어 버리고 싶으니까.
우리를 지배하는 구조 내부에서, 혹은 구조 바깥에 있기를 소망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구조와 관계 맺은 채로 문제점을 말하려 할 때, 그 목소리가 들리게 하려면 더 큰 소리를 낮추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목소리가 작으니 키우라고 할 것이 아니라, 옆방에서 박수 좀 그만 치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뒤라스는 책을 두고 <영화와는 반대>라고 했다. 뒤라스는 실제로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의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나는 그 영화를 보지 않고, 그저 카메라 없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뒤라스를 상상한다. 그리고 쓰기를 통해 소리 없이 외쳐진 많은 말들을 생각한다. 나아가 쓰이지 않은 말들도 생각한다.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 영화는 꺼져 버린 불빛이거나, 아주 희미하고 멀리 있는 불빛이다.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든다. 뒤라스는 책이 <밤>이라고도 했다. 누군가는 영화를 태양이라고 생각하며, 『히로시마 내 사랑』의 밤을 동이 트는 새벽에 가까운 시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커튼이 반만 쳐진 어두운 방 같은 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가장 가슴 아프고 환상적인 꿈으로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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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히로시마 내 사랑』, 방미경 옮김(민음사, 2017)마르그리트 뒤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 윤진 옮김(민음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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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절개 선과 힘>의 축약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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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장면들은 내게 무얼 할까?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 새로운 절개 선을 갖게 해주는 것, 둘, 무언가를 정말로 쥐여 주는 것.
절개 선
상반기에 본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만리포 작가의 일기 만화 「돈덴」에 나오는 것이다. <나>는 철조망에 매달려 있는 검은 사체에 다가간다. 가까이 가보니 죽은 까마귀 모양을 본뜬 플라스틱 새 쫓개다. 이후 까마귀 한 마리가 높이 활강하다 번쩍이는 번개를 보게 된다. 이어지는 장면에는 내리치는 빛과 같은, <사랑 같은 것은 댈 게 못 될> 정도의 충격이 범람하여 온통 새하얗게 날아간 얼굴이 나온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카메라를 쥔 <나>가 건너편에 모인 직장 동료들을, 번개 빛처럼 번쩍하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로 촬영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러고는 말한다. <잠깐만 친해집시다.>
이 장면은 내게 새로운 절개 선을 새겨 넣는다. 마치 번개와 같은 모양으로....... 그런 실땀을 가지고 나를 갈라 볼 수 있다면, 어딘가에 갈라진 모양 그대로의 선을 맞붙여 이음매를 이어 볼 수도 있다고 상상하게 된다. 새 쫓개와 같은 빈 껍데기를 보고 죽음이라고 믿게 해, 멀리 돌아 높이 활공하게 만드는 것처럼, 그러니까 가짜를 있는 힘껏 믿는 힘처럼, 번개 모양으로 쪼개진 내 안에 내가 모르는 얼굴을 집어 넣을 수도 있게 된다. 「돈덴」의 장면은 인물과 대상 사이를 통과하고, 경계를 유연하게 뛰어넘어 활공하게 하는 감각을 한꺼번에 전달한다. 그러면 마치 나는 그 인물이 된 것처럼, 이렇게 말해 볼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잠깐만 친해집시다.>
쥐여 주는 힘
기도도 소망도 희망도, 모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 주기를 바라는 것이며, 다시 말해서 미래에 대한 자신의 희망을 말로써 하는 것이며, 반성이나 후회와는 바라보는 방향부터 완전히 다른 것이지만, 하지만 나는 일부러 과거의 일에 대해서도 기도한다. 이미 완전히 지나가 버린 일에 대해서도, 어떻게 되어 주기를 바란다. 희망을 품는다. ―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 10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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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조 오타로는 만화 같은 그림도 잘 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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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조 오타로는 누군가의 죽음과 같은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도저히 무엇이 될 수가 없는 자리에서 마이조 오타로는 <어떻게 되어 주기를 바란다>의 마음으로 허구의 양식을 짓고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마치 「돈덴」에서 아무렇지 않게 시간 선을 뒤틀고 나와 대상의 위치를 바꾸고 저편으로 건너가며 이것과 저것을 맞붙이고 활공하는 새가 되는 것처럼. 만화의 형식이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있는 그대로 일어났다고 믿게 하는 것처럼, 마이조 오타로의 말들은 가 닿을 수 없거나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해서조차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곳을 침범할 수 있다고,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거기서 우리는 이야기를 지어 올릴 수 있다고,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일어난 일 그 자체라고 하는 마음을, 그러한 힘을 보여 준다고 느낀다. 「돈덴」의 절개 선은 내리쳐 잘린 자리에 완전히 다른 대상을 누비 뜨는 힘이다. 마이조 오타로의 쥐여 주는 힘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오히려 되돌리는 힘으로 삼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것들을 일그러 뜨리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눈앞에 펼쳐 보이며 새로운 평면을 만들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건 있는 그대로 일어난 일이야.> 나는 이러한 장면들에 힘을 <입는다>. 힘을 입는다고 말하면 정말이지 그 자체로 힘을 입는다. 이 문장은 나에게 있는 그대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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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조 오타로,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 이상준·전장호 옮김(향연,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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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는 열린책들의 대표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간 소식이 있었죠. 정반대의 신념을 가진 두 여성의 대립이 흥미로운 이번 소설 『퀸의 대각선』은 <누구에게나 《네메시스》라고 부를 만한 분신이 한 명씩 있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네메시스란 영혼의 형제가 아니라 영혼의 적으로, 사람은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고 해요. 소설을 읽는 내내 나의 네메시스는 누구일까 곰곰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여러분에게도 그런 누군가가 있나요? 다른 삶을 체험하며 내 삶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보는 것, 그게 소설을 읽는 큰 재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럼 여러분, 새로운 눈을 가져다줄 또 다른 소식으로 7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다시 오겠습니다. 이만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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