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를 맞아 열린책들에서 펴낸 문학 작품들 중 <퀴어함>을 드러내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어떤 작품이 <퀴어>이면서 <문학>임을 요구할 때 그 응답이 항상 만족스러울 순 없겠지만, 그 어떤 불만족도, 그 세계 안에서 현현하는 <퀴어>들을 보는 순간의 즐거움을 망가뜨리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욕하면서도 보고, 응원하면서도 보고, 울면서도 보는 거죠.
퀴어들이 문학이라는 무대 위에 등장할 때, 무지개 빛깔 조명을 비추어 주세요! 잠시 기다리면, 그들이 그 빛을 반사해 독자 여러분의 살갗 위에 낯설지만 따뜻한 온기를 전해 줄 거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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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의 방 | 제임스 볼드윈 장편소설 | 김지현 옮김
프라이드 먼스를 맞아 퀴어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현대의 고전, 제임스 볼드윈의 『조반니의 방』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김지현 번역가가 옮긴 기존 판에 문학 평론가 전승민 씨의 옹골찬 작품 해설을 더해 열린책들 세계문학으로 선보인다. 파리에 체류 중인 미국인 데이비드는 술집에서 이탈리아인 바텐더 조반니를 만나 한눈에 빠져들지만, 끝내 <정상>적인 세계로 복귀하기를 열망하며 조반니를 떠난다. 그리고 원래 애인인 헬라에게 돌아가 결혼을 하겠다며……. 안타깝게도 이렇게 프라이드라고는 전혀 없는 데이비드이지만 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프라이드란 뭘까 생각해 보게 한다. 책은 참 슬픈데, 아니 그보다는 서글프다고 해야 하나, 조반니를 생각하면 몹시 울적하고 데이비드를 보면 서글퍼진다. 볼드윈은 이 덫과 같은 세계에서 부정과 긍정을 오가는 성 소수자의 처지와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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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만약 세라 워터스를 아직 안 읽었다면(부럽습니다) 숨 막히게 재미있는 빅토리아 시대 3부작에도 도전해 보자. 영화 「아가씨」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핑거스미스』, 관능적인 묘사가 인상적인 『티핑 더 벨벳』, 영매의 세계가 등장하는 미스터리 로맨스 『끌림』, 이 세 작품에는 여자들의 모험, 음모, 사랑, 배신, 미스터리...... 아무튼 재미있는 게 가득하다. 프라이드 먼스 독서로도 여름 독서로도 손색없는 이 <잼없없> 책을 꼭 만나 보시길. 세라 워터스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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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outs (2023) | We the Animals (2011) | 저스틴 토레스 장편소설
최근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저스틴 토레스Justin Torres의 전미 도서상 수상작 『Blackouts』와 빛나는 데뷔작 『We the Animals』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저스틴 토레스는 데뷔 즉시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끌어냈으며 그의 작품들은 <퀴어 문학>이 영미권 문학에서 다시 한번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했다고 평가받는다. 두 명의 성 소수자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Blackouts』는 검열되거나 지워지는 퀴어들의 이야기를 독특하고 대담한 구성으로 다루며, 기억과 기록, 이야기, 역사, 성 정체성 등의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 『We the Animals』는 자전적 요소가 녹아 있는 소설로, 위태롭고 폭력적인 가정에서 강렬한 유대감, 그리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자라는 세 형제의 유년기를 섬세하게 그려 낸다. 2018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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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퀴어 문학>은 아니지만, 성 소수자가 등장하는 소설 세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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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케이크 | 샤메인 윌커슨 장편소설 | 서제인 옮김
『블랙케이크』에서는 네 가족 중 딸 베니가 퀴어 생활 중 가장 까다로운 관문에 도전한다. 바로 명절에 가족에게 커밍아웃하기. 하지만 상황은 잘 풀리지 않고 서로 간의 오해와 미숙함으로 인해 생긴 벽은 시간이 갈수록 더 높고 단단해지기만 한다. 물론 이 가족의 비밀은 <제가 실은 여자를 만나는데요>가 다가 아니다. 카리브해와 영국, 미국을 배경으로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이들 가족의 사연과, 성 소수자인 <자신으로 사는 일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을 거>라는 베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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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내가 사는 세계가 조금 달라졌다면 어떨까? 완전 별세상이 된 건 아니다. 신호등 색깔이 달라졌다거나, 평범한 서민이던 우리 집이 부자가 되었다거나, 또는…… 이성애자였던 내가 동성애자로 변했다거나. 『게임 체인저』는 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이자 <수확자> 시리즈로 국내 SF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닐 셔스터먼의 장편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애시는 인종 차별이니 성 소수자 혐오니 하는 문제들을 골치 아프다고 외면하던 이성애자 백인 고등학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우주의 중심>으로 지목되면서 세상의 모습과 자신의 정체성이 바뀌는 기묘한 일을 겪는다. 애시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다중 우주를 모험하면서 자기가 살아가던 세상이 차별과 혐오로 병들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넷플릭스 TV 드라마화가 예정된 걸작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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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 2 1』은 각기 다른 관계와 사건과 우연으로 짜인 네 개의 평행 우주를 살아가는 주인공 아치 퍼거슨의 파란만장 성장기를 담고 있다. 편의상 각각의 퍼거슨을 1번, 2번, 3번, 4번으로 불러 보자.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3번 퍼거슨은 파리에 머물던 중 우연히 <부드러운 목소리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의 청년 알베르를 만난다. 그들이 사랑에 빠지기 전 서로를 알아보는 첫 번째 단서는 제임스 볼드윈이다. 볼드윈은 캐나다 출신의 작가 지망생 알베르가 파리로 이주한 이유였다. 볼드윈 이야기가 나오자 뉴욕에서 온 퍼거슨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끼어들어 말한다. 『조반니의 방』은 <자신이 읽은 것 중 가장 용감하고 가장 우아한 책>이라고! 알베르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 두 사람은 <알베르의 방>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프랑스도 미국도 그 어디도 아닌, 이름도 없고 경계도 없고 도시나 마을도 없는, 단 두 명만이 사는 새로운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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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토요일, 동화처럼 하늘이 예뻤던 날 서울 종각과 을지로 일대에서 퀴어들이 스스로를 긍정하며 걷고 춤추는 행진이 있었어요. 그날 나부꼈던 수많은 깃발들만큼, 우리가 <퀴어>라는 단어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의미는 다양할 텐데요. 그래서 더 많은 설명과 대화가 요구되기도 하고요. 각자의 <퀴어함>을 망망대해에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요. 오늘 <호외>에 소개한 소설들 속 인물들은 모두 다 다른 사랑을, 외로움을, 그리고 무엇보다 지키고 싶은 자긍심을 품고 있어요. 싸워서라도(혹은 누워서도 괜찮아요) 지키고 싶은 가치가 독자 여러분에겐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참깨 통신」 다음 호는 6월 26일, 서울 국제 도서전이 열리는 수요일에 돌아올 예정이고요, 그 전에 <도서전 맛보기> 콘텐츠도 투비컨티뉴드에 업로드될 예정이니 계속 함께해 주세요!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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