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의 마음을 열고 싶은, 열려라! 「참깨 통신」 2호입니다. 「참깨 통신」은 이번에도 고소하고 깨알 같은 이야기를 잔뜩 준비해 찾아왔습니다. 이달 외국 문학 분야의 가슴 아픈 소식, 열린책들이 새로 펴낸 책 자랑, 외국 문학 편집자들이 독자들에게 건네고픈 말까지, 모두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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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간으로 지난 2024년 4월 2일, 소설가 마리즈 콩데Maryse Condé가 별세했다. 마리즈 콩데는 1937년 카리브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령 과들루프의 부유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76년부터 글을 발표하기 시작한 그는 탈식민주의, 노예제, 인종주의를 화두로 작품을 전개해 왔다. 그는 부유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며 자신이 노예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으나, 파리로 떠난 뒤 사회적 입지와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그의 작품의 주된 배경은 고향인 과들루프를 비롯한 프랑스어권 카리브 연안 지역이며 그 무대를 바탕으로 노예 출신 흑인의 정체성과 피억압자의 삶을 담아냈다. 자메이카, 쿠바, 아이티 등을 포함하는 카리브 지역은 다양한 인종, 언어, 문화가 뿌리내리고 섞여 든 땅(그리고 바다)이다. 그 혼종성을 바탕으로 한 <카리브 정체성>은 억압의 역사를 공유하는 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자 동시에 숱한 유입과 이주를 거치며 교차-형성된 개인의 서사 역시 내포한다. 그리고 카리브인들이 낳은 <카리브 문학>은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내 어머니의 자서전』부터 샤메인 윌커슨의 『블랙케이크』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고 있다. 마리즈 콩데의 작품 중 소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세구: 흙의 장벽』(전2권), 에세이 『울고 웃는 마음』 등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으며, 타계 소식을 기점으로 더 많은 독자들이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길 기대한다.
* 참고 문헌 이가야, 「마리즈 콩데의 『아름다운 크레올』 : 서발턴, 투쟁, 그리고 정신적 탈식민」, 『프랑스 문화 예술 연구』 제82집(프랑스 문화 예술 학회, 2022), 451~485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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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 실즈 문학상Carol Shields Prize for Fiction에 올 하반기 열린책들에서 출간될 엘리너 캐턴의 『버넘 숲Birnam Wood』(가제)이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캐럴 실즈 문학상은 북미(캐나다, 미국)에서 여성 및 논바이너리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문학상으로, 문학계에서 여성의 지속적인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트랜스 여성을 포함하여 논바이너리 작가가 쓴 장편소설, 단편소설, 그래픽 노블까지 다양한 장르를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에게는 15만 달러, 최종 후보 4명에게는 각 12,500달러가 상금으로 수여된다.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된 『버넘 숲』은 <셰익스피어적 야망을 품고 있으며 다채로운 인물이 등장하는 미묘한 심리 소설이자 (……) 후기 자본주의의 치명적인 불평등에 대한 문화적 풍자이다. (……) 재치 있고, 종종 신랄하며, 고통스러울 만큼 감정적으로 정확한 이 훌륭한 소설은 마지막까지 놀라움을 선사한다>라는 평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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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carolshieldsprizeforfictio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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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자신이 아닌 사람이 되어서 뭐 하죠?」 내가 말했다. 「스스로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게 무슨 소용이지?」(313~314면)
나왔다, 심리 스릴러 『사례 연구』! 리베카 스미스(가명)가 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며 비망록을 남긴다. 그가 의심하는 용의자는 악명 높은 심리 치료사 콜린스 브레이스웨이트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 리베카는 호랑이 굴에 뛰어드는 대담함을 발휘해 브레이스웨이트에게 직접 상담받으며 그의 정체를 파헤치기로 한다. 또 다른 주인공 브레이스웨이트는 누구인가?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 고향을 탈출한 뒤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수재, 정신 의학계의 <앙팡 테리블>, 모두가 싫어하지만 모두가 주목하는 문제적 인물……. 리베카는 그와 상담을 진행할수록 불안정해지고, 자신이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에 잠식되면서 사건 해결은 점차 미궁으로 빠져든다. 주변인의 진술과 당대 언론 보도가 가리키듯 브레이스웨이트는 결코 가까이해서는 안 될 인물이었던 것일까? 진실과 거짓,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뒤흔들며 섬뜩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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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모노 에디션은 꾸준히 사랑 받아 온 세계 문학 고전들을 8,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과 가벼운 장정, 심플하고 아름다운 모노톤 디자인으로 출간하여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SNS와 언론에서 많은 화제를 모은 컬렉션 <모노 에디션>의 디자인 후기를 열린책들 함지은 디자이너가 전해 주었다.
<간결한 타이포그래피와 작품을 상징하는 모노톤의 이미지만으로 구성하여 모두 덜어 낸다라는 콘셉트를 강조했습니다. 독자에게 가볍고 부담 없는 독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책을 한데 모두 모아 두었을 때 하나의 컬렉션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조지 오웰 산문선』의 뒤표지에는 단편 「코끼리를 쏘다」의 코끼리가 옆으로 누워 있고, 『80일간의 세계 일주』에는 누구나 떠올릴 법한 열기구가 아닌 파스파르투의 시계가 등장합니다.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시간은 작품 속 시간에 맞춰져 있어요. 어떤 장면일까요?) 표지에 래미네이팅을 하지 않아 평소보다 약간 더 손때가 묻을 수 있지만 종이의 사각거리는 질감이 손끝에 그대로 느껴져 자연스럽고, 본문에는 평량이 가벼운 종이를 써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실물을 받아 들고 앞뒤로 살피며 쓸어 보고 넘겨 보면 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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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악어-하기>의 축약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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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될 수 없다면 시작하지 않겠습니다.」 뉴스레터를 기획하기 위해 모인 첫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라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전설이 되면 정말 좋겠지만, 별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전설 말고, 다른 종류이 설이 될 것을 예측해 본다. 작은 이야기 — 소설(小說), 잡설(雜說), 아니면 횡설수설(橫說豎說)?
무슨 이야기를 할까? 내게 어떤 지면이 주어진다면 꼭 하고 싶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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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타이완에 관한 이야기다. 약간의 <사랑>을 곁들인.잠깐, 사랑이라는 단어에 질색해서 <뒤로 가기>나 <창 닫기>를 누르려는 사람이 있다면 멈춰 달라. 나도 사랑 타령은 좋아하지 않는다. <저는 술 안 마셔요> 정도의 일상적 표현으로 <저는 사랑 안 하는데요>라고 말하고 다니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 책, 이를테면 내가 감옥에 수감되어서 한 권의 책만 읽을 수 있다면 들고 들어가고 싶은 책, 구묘진의 『악어 노트』를 이야기하려는데 <사랑>을 빼면…… 그건 좀.
지난 4월 6일, 서울의 낙원 상가에서 『비 온 뒤 맑음』의 북토크가 있었다. 2019년 5월, 타이완은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가능한 나라가 되었다. 『비 온 뒤 맑음』은 그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법안 통과와 법률 해석의 문제, 혼인 평등권의 쟁취를 위해 국가 시스템 속의 주체들이 어떤 전략으로 문제들을 돌파했는지가 주된 내용이지만 성 소수자 개인의 서사가 하나의 역사가 되는 순간, 그 순간의 얼굴들 역시 담고 있다.
『악어 노트』의 책날개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구묘진의 첫 번째 장편소설 『악어 노트』는 그의 가장 실험적이고 컬트적인 대표작 으로 아시아 최초의 동성혼 법제화 국가인 대만의 <혼인평권(婚姻平權)> 운동을 촉발한 소설이자 미래적인 모던 클래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타이완의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博客來, books.com.tw)에는 <동성애 소설>이라는 분야가 따로 있는데, 구묘진의 『악어 노트』와 『몽마르트르 유서』, 두 소설은 쓰인 지 약 30년이 지난 지금도 해당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 최상단에 올라와 있다. 『비 온 뒤 맑음』 북토크의 패널이었던 TEC(Taiwan Equality Campaign) 활동가들에게 『악어 노트』와 같은 퀴어 예술이 타이완인 일반의 동성애 인식에 영향을 미쳤는가 질문했을 때, 그들의 대답도 <그렇다>였다.
구묘진은 이런 사실들을 알지 못한다. 1995년, 그는 칼로 심장을 찔러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다. 눈물이 샘물처럼 줄줄 흘러 계란이나 꿀을 온통 얼굴에 바른 듯하다. 시간은 눈물 속에 잠겨 있다. 온 세상이 모두 나를 사랑한다 해도 소용없다. 나는 나 자신을 증오한다.(36면)
구묘진의 문장들은 눈, 코, 입, 귀를 쑤시고 들어온다. 땔감으로 쓰일 수도 있을 만큼 건조한 종이가, 땀과 눈물, 야자수의 냄새, 축축한 공기로 바뀌어 감각된다.어떤 작가의 어떤 책은, 작가와 나 사이에 하나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내 책도 그의 책도 아니게 되는, 내가 아는 것들과 그가 아는 것들이 그물처럼 짜이는 장소. 그가 뱉은 인사에 내가 응답하는 방. 👉전문 보기
* 구묘진, 『악어 노트』, 방철환 옮김(움직씨, 2019) 무지개 평등권 빅 플랫폼, 『비 온 뒤 맑음』, 강영희 옮김(사계절,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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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다른 길로 새기>의 축약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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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너를 쓰기로 했을 때, 존 커새버티즈의 영화 「그림자들」의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어떤 남자가 화면에 보이지 않는 건너편의 상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 남자의 옆, 비켜선 의자에는 잠들어 있는 한 여자가 있다. 여자는 초점 밖으로 흐리게 처리되어 있다. 끝없이 무언가 말들이 오가는 때, 잠든 여자의 목걸이가 어느 순간 빛을 받아 화면 전체를 가르며 반짝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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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빛은 고정되지 않은 카메라와 배우의 미세한 움직임 때문에 발생한 것일 테다. 빛의 순간은 짧다. 그러나 빛이 한 번 가르고 간 장면은 어쩐지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멀리 모퉁이에서 등장한 개가, 어떤 중학생이 신고 있는 반짝이는 옥스포드화가, 반사된 유리창에 비친 진실된 구름들이 우리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빛이 가르고 간 이후의 장면은 변화하지 않았음에도 이전과는 먼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우드는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한 장 「세부 사항Detail」에서 중세 신학자 던스 스코터스가 개별화의 형식에 <이것다움>이라는 이름을 붙였음을 인용한다. 우드가 이 책에서 말하는 <이것다움>은 추상적 대상을 자기 쪽으로 끌어와 그것의 추상성을 가촉성으로 <훅 불어 없애는> 세부 사항이다. 우드는 즉, 구체화를 통해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디테일을 <이것다움>이라고 불렀다.
목걸이의 반사된 빛과 같이, 나는 갑작스럽게 돌출되어 이편으로 들어오는 사물들이 주는 부드러운 충격에 늘 매혹된다. 두드러진 사물이 이해와 해석의 그물을 빠져나가, 어떤 상위의 질서나 체계, 의미와 관계없이 있는 것으로 보일 때……. 사물의 <이것다움>이 존재하는 자리가 있다고 느껴진다. 이런 자리들은 좋고 중요하고 자꾸 보고 싶은 것이다. 사물에 <이것다움>을 부여하며 부피감을 주는 장면들은, 바로 그 사물들이 너무 <있기> 때문에 내가 서 있는 지금 여기도 이상한 방식으로 배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세계가 너무 <있고>, 동시에 <있는> 것이 이상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또 다른 길로 새는 완벽한 공간 중 하나는 만화의 칸이다. 만화의 칸, 또는 칸 밖의 칸에서 어떤 작가들은 커다랗고 촘촘하게 몽블랑 같은 것을 그려 놓고 <먹고 싶다>고 쓴다. 그 몽블랑은 등장인물 중 누군가가 먹고 싶어 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아닐 수도 있다. 이처럼 때로는 만나서는 안 될 것들이 나란히 같이 있다. 만화의 칸에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너무도 바보처럼 작거나 너무도 터무니없이 크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 뻔뻔함을 무척 좋아한다. 거기서는 말이 되거나 말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곳에 나타난 음식들, 호화롭고 이름도 처음 들어 보는 케이크들을, 괜히 비슷한 것들을 찾아서 먹고는 했다. 게임에서 퀘스트를 받은 것처럼.
이런 장면으로 접어들어 가면 무수히 다른 길로 새게 된다. 그곳에서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이런 장면들 위로는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다른 이야기 하자, 집요하고 부드럽게 묻는 케이크들이, 갑자기 밀려들어 오는 티셔츠의 무늬가, 목걸이의 빛이, 친구들의 얼굴들이 겹쳐진다. 그러면 나는 마치 장면들이 얇은 포처럼 느껴지고, 종이접기를 하는 것처럼 세계를 접었다 펼쳐서 얇게 들러붙은 장면에 다른 방식으로 기입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문 보기
* 제임스 우드,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설준규, 설연지 옮김(창비,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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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참깨 통신」에 보내 주신 독자님들의 성원에 외국 문학 편집자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격려와 응원, 감상 모두 감사합니다! 혹시 열린책들 편집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으시면 아래의 메일 주소로 보내 주세요. 그럼, 5월에 마지막 주 금요일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이만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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