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별은 무심한 가을 하늘 아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법. 2024년 3월, 올봄에 시작한 「참깨 통신」 은 이번 호를 끝으로 8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쉬움과 기타 등등을 뒤로하고 해야 할 이야기와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했지요. 문학상 소식을 시작으로 안녕과 다음을 이야기하는 편집자들의 에세이까지, 「참깨 통신」 10월 호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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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외국 문학 뉴스는 모두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소식,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다. 노벨 문학상은 외국 문학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출판사라면 매년 조금은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벤트이다. 우리가 낸 작가가 상을 타길……(인센티브 좀 받아 보자). 올해는 이런 기대가 아주 행복한 방식으로 빗나갔다. 국제 문학상에서 한국 작가들이 후보에 오르고 수상하는 일은 어느 순간부터 아주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그저 그 횟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기뻐할 일이 더 많아지는 정도였다. 하지만 노벨 문학상을 한국 작가가 수상한 일은 놀라움 그 이상의 벅찬 느낌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있다. 최고 권위의 국제 문학상을 한강 작가가 받았다는 사실 자체의 놀라움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커다란 감동인 것이다.
온 매체가 음악과 책을 불문하고 한강 픽Pick을 소개하고 있는 와중에, 참깨 독자들을 위한 픽 오브 픽을 소개하려고 한다.
1.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 명가 열린책들에서 2014년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는 인생 책 중 하나로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골랐다. 이참에 읽어 봐야지 생각했다면, 러시아 문학의 명가 열린책들의 버전으로 읽어 보면 어떨까? (알라딘 특별판으로 나온 모노 에디션 블랙 버전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소문이…… 가격은 각 권 8,800원이라는 소문이…….)
2. 시인이면서 소설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어느 시인의 죽음』 예스24 매거진 「채널예스」를 통해 추천했던 책이다. 소설 『닥터 지바고』로 잘 알려진 파스테르나크는 사실 시로 등단해 『삶은 나의 누이』 등의 시집을 출간했었고, 『어느 시인의 죽음』에는 〈시인〉이라는 정체성을 둘러싼 자전적 에세이와 단편소설 등이 수록되어 있다. 수십 년의 시간차와 성별, 국적의 차이가 있지만, 한강과 파스테르나크는 둘 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시인이면서 소설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3. 가장 최근에 추천한 책, 유디트 샬란스키 『잃어버린 것들의 목록』 참깨 편집자도 얼마 전 우연히 접하게 되어 읽기 시작한 책. 샬란스키는 작가이면서 북 디자이너, 편집자로도 일한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 바로 다음 날, 한강 단독 인터뷰를 진행 중이던 『매일경제』 지면을 통해 이 책을 최근 읽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역사는 잃어버린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책 소개의 첫 문장이 추천의 이유를 짐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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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가엘 파유Gaël Faye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가엘 파유는 1982년생으로, 르완다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부룬디의 부줌부라에서 자라다가 부룬디 내전이 격화하면서 열세 살 무렵 동생과 함께 프랑스로 망명했다. 자전적 경험을 녹여 낸 첫 장편소설 『나의 작은 나라Petit pays』가 크게 사랑받고 40개국 가까이에서 번역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오는 11월 열린책들에서 출간될 예정인 『나의 작은 나라』는 부줌부라에 사는 열 살 가브리엘의 나날을 담은 성장 소설로, 어린 시절의 부드러운 일상을 손에 잡힐 듯 생생히 되살리며 어린아이가 점차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폭력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섬세히 그려 낸다. 영원히 잃어버린 세계와 그럼에도 사라지지 않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한편, 가엘 파유는 소설가일 뿐 아니라 두터운 팬층을 지닌 뮤지션이기도 하다! 힙합과 앙골라 셈바, 콩고 룸바 등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인다. 그의 음악이 궁금하다면, 소설과 같은 제목의 노래 「Petit pays」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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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무서운 일이 생겨도 우리 멋진 여자들은 꺾이지 않지! 평화로웠던 마을 말로에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잡지 못하는 사이 피해자는 두 명, 세 명 늘어 간다. 십자말풀이가 직업인 할머니 주디스, 교회 신부의 아내이자 교양 넘치는 주부 벡스, 동네 개와 개 주인은 죄다 꿰고 있는 개 산책꾼 수지, 긍정 파워 가득한 여성 셋은 사랑하는 마을 말로의 위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사람들은 그들을 <나이 든 여자>라고 무시하지만, 글쎄, 오히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살인범을 몰래 추적하기엔 더 좋잖아? 지금부터 정의롭고 대담한, 그리고 조금은 엉뚱한 수사가 시작된다. 여성들의 연대와 용기가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스러운 코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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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시아-하기>의 축약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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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대해 쓰는 일은 쓰이지 않은 책의 서문을, 혹은 땅에 묻히지 않은 이를 위한 비문을 쓰는 일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아시아가 〈없음〉과 〈모름〉의 세계에 속해 있다는 나의 믿음과, 그럼에도 그것이 요철 없는 어떤 표면에 달라붙어 우리가 언어라고 이해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소망이 충돌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에 대해서 쓰는 일은, 아시아를 생각하기에 앞서 쓰기에 대한 생각을 요구한다. 한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쓰기는 읽기의 부작용이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쩌면 쓰기는 살아 있음의 부작용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동시에, 혹은 한편으로, 살아 있음은 쓰기의 주적이다. 사실 쓰기만 살아 있음과 대결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포함한 창작물을 읽고 보고 이해하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 예를 들면 창밖 잔디가 바람에 눕는 모양이나 옆에 앉은 사람의 눈썹이 움직이는 형태가 훨씬 더 재미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언젠가 쓰기의 재료가 될 것을 스치듯 약속하지만 그 약속은 대개 부지런한 사람들의 손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 쓰는 사람이 〈나〉일 때 상황은 조금 애석하다. 나는 언어를 사랑하지만 때로 불신하고, 보물찾기하듯 언어를 찾아 헤매지만 눈앞에 반짝이는 그것을 쥐어 주머니에 넣기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아시아가 〈없음〉과 〈모름〉의 세계에 있다고 내가 여기듯, 나의 쓰기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 그렇지만 아시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했으니, 그 처지를 극복해서 몇 자 적어 보려고 한다. 그러려면 먼저 <왜 아시아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언제부터 아시아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 굵은 글씨로 기입되었고 왜 그것이 계속 남아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다.
*문보영 시인이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북 토크에서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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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터 브라운의 만화 『너 좋아한 적 없어』(2002)의 장면을 종종 생각한다. 특히 그 만화에서 크래커를 먹는 장면이 좋다. 크래커를 집어서 먹는 장면이 한 면 전체에 걸쳐 두 칸이 실려 있다. 크래커를 먹는 시간이 그토록 길 수는 없을 텐데도 칸과 칸 사이가 넓게 벌어져 있어, 이상하게 비틀리고 집중되거나 한없이 늘어지는, 물끄러미 바라보는, 깨물고 조각내게 되는 시간을 생각하게 했다. 시간과 과자가 겹쳐 보였다. 크래커-시간? 이 장면에서 느껴지는 한순간의 고요함, 외로움, 연결에 대한 감각은 친구 〈코니〉와의 〈들놀이 시간〉으로 이어진다. 좀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그들은 다른 아이들이 자신들을 찾을 때까지, 〈들놀이 시간〉에서만큼은 뭔가를 나누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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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놀이를 할 때면 난 코니가 정말 좋았다. 들놀이를 안 할 때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코니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난 확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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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놀이 시간이 아닐 때는 너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 시간에서만큼은 좋아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이 장면은 조건부로 떼어진 시간과 공간 안에서만 깊게 이어질 수 있는 순간들을 생각나게 했다. 두 장면은 어딘가로부터 떨어져 나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의 유리된 감각, 분리되고 이어지는 감각을 보여 준다. 그 위치에서 짚이고 보여지고 만져지는 것들에 대한 어떤 종류의 쓸쓸함을 체스터 브라운은 잘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 자체를 과자처럼 만드는 것과 같이, 나는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것, 〈들놀이 시간〉처럼 어떤 놀이와 같은 규칙과 제약 안에서 가능해지는 감정의 양식들을 동시에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형식이 만들 수 있고 가능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형식과 관련해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 장 주네가 장 자크 포베르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에 나오는 장면이다.
한 젊은 작가가 공원에서, 5~6명의 개구장이들이 전쟁놀이하는 모습을 보고 얘기해 주었네. 두 편으로 갈라져 그때 막 공격을 하려고 했었네. 밤이 찾아온다고 아이들은 얘기했어. 그러나 하늘은 환한 대낮이었네. 그래서 그 아이들 중의 하나가 〈밤〉으로 결정되었네. 가장 나이 어리고 가장 약한 아이가 자연의 구조물이 되었는데, 그때 그는 〈전투〉의 지배자로 바뀌었네. 그는 곧 〈시작〉이며 〈순간〉이며, 〈불가능한 것〉이 되었던 것이네. 얼마 후 멀리서 그가 왔네. 천체의 순환처럼 냉정하게 그러나 일몰의 우수와 영화에 의하여 무거워진 기분으로. 그가 다가옴에 따라 다른 사람들, 즉 인간들은 점점 불안하게 되었네...... 그런데 그 아이는 그들의 형편으로는 너무 빨리 왔던 것일세. 그는 자기 자신보다 빨랐다는 얘기가 되네. 전원 일치로, 양쪽 편의 대장도 〈밤〉을 없애기로 결정하고 〈밤〉은 다시 한쪽 진영의 병사에게로 돌아갔다네......연극이 나를 매료시킬 수가 있다고 한다면 다만 이런 형식뿐이라네.
가장 어리고 약한 아이에게 〈밤〉이라는 형식을 붙여 둘 때 아이는 그 자신 이상으로 초과되어 아름다움과 힘을 전개한다. 형식을 덧입고 나면 이전과 다른 무엇이 되고, 무언가를 초과해서 꿰뚫고 나올 수 있다는 것. 나는 자주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나 형식에 대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을, 무언가를 뚫고 헤집고 튀어 나오는 것들을 자꾸만 갖고 싶고 보고 싶었다.
최근에는 기억이나 마음에 형식을 붙이는 일을 생각해 보았다. 기억도 마음도 시간 속에서 쉽게 허물어지는 약한 구조물이다. 그러나 어떤 마음은 그를 가다듬는 형식이나 제약 속에서 가능해진다. 형식과 마음이 교환되고 이어지는 자리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형식이 기억이나 마음을 감쌌을 때 그것은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형식이 일종의 의지라면, 어떤 것이 시간을 뚫고서 기억이나 마음을 장소로 만들어, 그곳으로 계속해서 되돌아갈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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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정
안녕, 여러분! 이렇게 글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다른 또 재미있는 형식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군요. 저는 함께 나눈 기억을 소중히 하기 위한 형식들을 다루어 나가는 과정에 남은 마음을 쏟고 싶군요. 그것은 곧 새 마음의 형식을 만들기도 하겠지요.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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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의 노래 「가을은」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가을은 (……) 사랑이란 이름으로 굳게 닫힌 분노 속에 살아갈 때, 다가가라고, 먼저 사랑하라고, 다가가라고 말해 주네.> 첫 글에서 <저는 사랑 안 하는데요>라고 말했지만, 저에게 사랑하라고 말해 주는 이 노래가 왠지 위로가 되었어요. 저는 계절을 잘 보내는 것이 잘 지내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가을을 함께 보내기에 좋은 음악들을 선물하며, 참깨 독자여, 잘 지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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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더 하고 싶은 세계문학 이야기가 많아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사양』(열린책들 세계문학 277번), 인간을 두려워하면서도 인간을 떨쳐 버릴 수 없던 <광대> 요조와 그의 사진 속 얼굴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열린책들 세계문학 289번) 속, 사랑인지 집착인지 광기인지 알 수 없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관계에 대해서도요. 또, 강 너머 반짝이는 초록 불빛의 환상을 담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열린책들 세계문학 161번)와…… 그 책을 걸으면서 읽다가 신호등을 보지 못하고 차에 치일 뻔했던 사건 같은 걸 더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여러분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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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전 있습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작별 인사 뒤에 남은 것들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쩐지 텅 빈 무대를 빗자루로 쓸며 이 노래 저 노래 흥얼거려 보는 기분이 되었습니다. 만화책 날개에 들어가는 만화가의 한마디 같은 이런 것을 언젠가 꼭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메르츠보의 꿈」 「그러나 재미도 있지」 「천각형의 별과 만나기」 「굴리지 마, 왕자님!」 다음 편도 써보고 싶고요. 지금까지 「참깨 통신」을 열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총총. 정말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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